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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대학 글쓰기

[저널리즘이론]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

Anthon.P 2021. 8. 21. 04:59

“글을 못 쓰면 전연 저널리스트는 될 수 없는가?”

책을 쭉 읽으면서 머릿속에 계속 드는 생각이었다. 대학교 1학년 1학기에 ‘글쓰기’ 필수교양을 들은 적이 있다. 주마다 한 번씩 교수님이 제시하는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그 당시 무렵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글쓰기는 같은 수준의 선상에 있는 줄 알았었다. 그렇기에 고등학교에서 자주 쓰던 보고서 및 글쓰기 형식 (무미건조한 사실과 사건의 나열, 마지막에 붙이는 내 생각 고작 2줄)으로 과제를 해갔다가 상당히 쓰라린 피드백을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쓰고 싶은 생각의 덩어리가 존재한다 한들, 이를 키보드나 만년필을 통해 ‘글’이라는 매체로 치환하는 것이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이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글쓰기 실력이 그때보단 확연히 글의 구성이나 맥락을 짜는 면에서 상당히 발전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마는,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책에서 나온 <뉴욕 타임스>의 레드 스미스 기자가 “글쓰기는 간단합니다… 이마에서 핏방울을 흘러내릴 때까지 애를 쓰면 됩니다.”라고 말한 저의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8명의 저널리스트가 기사를 쓸 때 지켜야 할 규칙이나 팁, 유의해야 할 점을 언론인이 느끼는 고충과 함께 서술한다.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었고 배움이 되었으며 나중에 글쓰기를 할 때 꼭 옆에 두고 참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중, 가장 와 닿고 인상 깊었던 것들이 무엇이었나 살펴보도록 하겠다.

“리드를 어떻게 써서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인가” (p.17)

책에 나온 예시 중 하나였던 국어 선생님이 붙인 사진의 제목 “절규”가 꽤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마치 담겨있는 것이 많아 분석하거나 음미하기 어려운 미술 작품일수록 짧은 제목을 가지는 것과 같은 느낌처럼 제목이 주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의 느낌을 받았다. 그렇듯, 리드 (Lead)는 전체적인 기사가 담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기사의 첫 문장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이 리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글의 인상이 결정되고 무엇을 얘기하는지가 독자에게 알리게 된다. 지금도 신문 기사를 보면 항상 굵게 볼드 처리된 명조체로 “ㅇㅇㅇ의원, ㅇㅇㅇ해서 ㅇㅇㅇ하게 되다!” 식의 리드가 존재한다. 사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아마 ‘신문에 당연히 있는 그런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역으로 필수적으로 있는 만큼 중요도도 높다는 것까지는 연상치 못했다. 또, 신문의 제목만 붙이는 부서만 따로 있는 줄도 몰랐고 그 부서에서 7년 동안 일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리드는 글의 절반이다.”. 독자를 첫 문장에 사로잡아야 기사를 계속 읽을지 말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리드에는 감정이 수반된 단어나 문장이 기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나는 독자가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문장인 만큼, 최대한 객관적이고 감정을 배제한 채로 사실만을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판단의 선택권을 완전히 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요즘의 신문 기사들은 전혀 그렇지 않음에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당일날의 네이버 뉴스의 피드들을 보면 “꼰대 정치 비켜! 용산 네 청년의 맨땅 헤딩기” 라던가, "히틀러 향기" 민주당 공격에 이준석 "몹들 계속 나와" 등의 부적절한 제목 및 따옴표 저널리즘의 형태가 끊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 (p.57)

글쓰기의 단계는 4가지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는 ‘포커스’. 무엇을 쓸지 초점을 맞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저널리스트는 먼저 무엇을 전할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뭔가 전해야 할 사실도 있고 정보도 있으며 뒷받침할 근거도 있는데 두루뭉술하게 무엇을 써야 할지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고 주제나 문맥을 탄탄하게 잡아놓지 않으면 이를 읽는 독자도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 알 겨를이 없을 것이다. 다양한 지식을 가진다 한들, 그것을 쉽게 잘, 명료하게 전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한 문제 인식’이 중요한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리드’ 또한 포커스의 결과물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독자에게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일목요연하게 집중시키는 것, 포커스이자 리드.
두 번째로는 구조 잡기이다. 들어가야 할 요소가 무엇이 있는지, 정보, 분석, 비판, 대안이 있으면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할지. 이 구조 잡기가 나는 개인적으로 제일 어렵다. 그림을 그릴 때도 구조와 배치를 덩어리처럼이라도 잡아둔 채로 그려야 디테일이 부족할지언정 완성도나 짜임새는 있어 보이는 반면 내 글쓰기는 일단 마음 가는 대로 정신없이 쓰다 보니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까먹어버리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이 책에서 구조 잡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으니 정곡을 찔린 것 같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무릇 초석부터 다지려고 보니 뿌리가 매우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등학교에서 신문을 만들 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했기 때문에 구조 잡기는 문제가 되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언론계에 진출하겠다는 목표가 있는 만큼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구조 잡기 이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아마 앞에서 구조 잡기를 제대로 해놓았으면 쓰기에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쓰는 것 자체는 무리 없이 술술 써 내려 갈 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분 법이다, 즉 올바른 어휘, 부적절한 문법, 수동태 표현, 외래어 표현 등의 지킴. 동일한 대상을 가르치는 명사나 형용사, 부사도 웬만하면 중복되지 않게 사용해야 한다.

“부사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메시지를 확실하게 해주는 품사거든요.” (p.22)

글쓰기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고등학생 때의 수능 국어, 문법 시간은 정말 지루했다. 부사가 무엇이고, 형용사는 어떨 때 쓰는 것이며, 맞춤법은 이것이 맞고 틀리고… 그런 것들은 쓰다 보면 자연스레 맞춰지는 퍼즐 조각들처럼 자동으로 짜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써보니 절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부분을 읽으니 2가지가 생각났다. 하나는 “언론에 쓰일 글인 만큼 엄격하게 해야 하겠구나”라는 사명감이나 책임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해?” 였다. 처음 알게 된 맞춤법이 상당히 많았다. “유명세를 탄다”는 부정적인 어투이고, “구청마다”는 중복어이며, ‘이와 관련’이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것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것들이었다. 또, 리듬을 해치는 것 중 하나는 접속사이다. ‘그러나’, ‘한편’, ‘및’ 등은 ~도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을 지켜보고자 지금 이 보고서는 최대한 중복되는 표현 없이 써본 것이다.

“원래 저는 글을 되게 못 쓰는 사람입니다. 글쓰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데, 글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137)

“글을 못 쓰면 전연 저널리스트는 될 수 없는가?” 책을 쭉 읽으면서 머릿속에 계속 드는 생각이었다, 137쪽을 읽기 전까지는. 글쓰기는 쉽고, 취재가 어렵다고 하는 흥미로운 소재의 글귀가 나를 매료시켰다. 기자가 쓰는 글쓰기는 리포트이다. 어떻게 예쁘게 포장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잘 쓴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칼럼’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이 기자가 예전에 연재한 ‘세상 속으로’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껏 쓰고 싶은 형식의, 방식의, 느낌이 묻어나오는 글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터뷰, 분위기, 한적한 시골의 간이역 등 ‘감성’이 ‘글자’로 치환되어 그만큼 마음으로 크게 와닿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신문의 기사는 다르다. 수필가들은 어떤 주제를 던져주면 이미지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길게 쓸 수 있지만 기자는 ‘취재’가 되어있지 않으면 글을 못 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모두 취재한 후 이를 배열하는 방식으로 글쓰기가 진행되어야 한다. 마치 준비되지 않으면 하지 못한다, 라는 상당히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저널리즘의 미래’나 ‘나쁜 뉴스의 나라’도 읽어보았지만 나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된 책은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이었기 때문에 독후감은 이 책으로 결정했다. 이 책은 신문과 기사에 대한 상당히 편협했던 내 시각을 바꾸어 주었다. 글쓰기가 중요한 것이 아닌 취재가 중요하고, 글쓰기가 된다 한들 지켜야 할 규칙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또, 언론사에 몸을 담은 분들께서 쓰신 책이다 보니 회사 안의 신입사원, 초심자가 겪는 고충들을 읽을 수 있어 실감 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의 굳이 언론과 저널리즘, 기사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글쓰기, 보고서를 쓸 때 도움이 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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