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번 째 수기 본문
나에게 문학은 무슨 의미인가.
그저 남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용도의 무기 내지 도구로서만 다가오는가?
군대에서의 50권 독서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써 부여된 목적인가?
본인의 성장을 위함인가, 아니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떳떳하고자 그럴듯한 목표를 만들어 놓은 건가?
부서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한 페이지의 독서가 더욱 가치 있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급함을 가지고 달려 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본디 가져야 할 목표의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해야 한다"라는 목적성만 입혀진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할지도 모른다.
군대라는 한정적이고 특수한 공간에서의 진정한 자기 계발을 실현하는 것을 우리는 성공한 군생활이라 일컫는다.
혹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 무탈하고 심신 건강하게 전역하는 것이 꿈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공군이라는 보다 편하고 보편적으로 수준이 높은 군에 있다는 장점을 살리는 것이 부담감으로 가끔 다가오곤 한다.
괜히 남에게 변명하고 '나는 성공적으로 군생활을 했다'라는 정당성을 부여받고 싶은 그 목적에 현혹된지도 모른다.
본래 목표치는 나도 높았다.
TOEIC, 일본어, 컴퓨터 공부, 독서, 작곡 등등... 하지만 독서만이 남아버린 상황인지도 모른다.
핑계를 대고 싶지만, 그럼에도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 전우들이 있기에 본인의 게으름을 탓하는 수밖에.
최소한 독서밖에 못할지언정, 교양을 쌓아 본인 스스로의 지적 성장을 꾀하고자, 고전을 읽으려 노력한다.
어디 가서 "아, 그 작품 알지요." 하고 말이라도 꺼낼 수 있을 정도까지만 이라도 만족할 듯싶다.
데미안, 1984, 설국, 인간실격, 죄와 벌, 변신, 등등 제목만 들어도 뿌듯한 책들이다.
나에게 바치는 헤르만 헤세의 Quote로 문장을 마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2022.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