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와문화]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이란?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이란?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은 이 세상 전부이다. 모든 면에 스토리텔링이 가미되어 있다.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왜 매력적인가? 세상 모든 것이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잠깐 이야기를 빙 둘러 시작하자면, 요즘 서점에서 시판되고 있는 책의 종류는 크게 2가지인데, 이를 문학과 비문학으로 거시적으로 나누어 보도록 하겠다. 비문학은 보통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경제란 무엇인가? 에버리지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혹은 포토샵의 기초를 알려드립니다 와 같은 특정 목적을 충실히 이행 중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비문학은 “공부”와 같은 나름의 숭고한 목적이 있다고 쳐도 왜 무라카미 하루키의 추리소설이나 Jeorge.R.R의 왕좌의 게임 같은 판타지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서 말했듯 스토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A story가 아닌 The Story이다. 가상의 스토리이든, 혹은 실화를 기반으로 작성된 회고록이든 그 이야기만의 맛이 있고,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으며 Identity, Characteristic이 녹아있다. 내용이 서술됨에 따라 머릿속에 모든 상황이 그려지고 곧이어 나름의 Fantasy가 펼쳐진다. 사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다. 이 세계로 떠나는 여행 같은 기분이다. 여기서 타이밍 좋게 전형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스토리는 활자로만 적히는 문학인가? 할머니가 들려주곤 했던 전래동화나 부모님이 알려주신 설화나 신화들, 목사님께서 들었던 성경 이야기 등은 모두 우리 귀를 이용하여, 청각을 활용하여 들어왔을 것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수메르 문명이 발달하기 전, 인류의 문화는 존재했지만, 문자는 그러하지 못했던 기원전 시기에도 분명히 후세를 위한 신화나 영웅담, 이야깃거리들이 분명 존재했을 터이지만 추측하건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수준에서 멈춰왔을 것이고, 구비문학의 특성상 많은 내용상 가감이 더해졌을 터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과장되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시 인간들의 희망이 반영되어 반인반신의 형태가 되곤 했다. 마치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길가메시 왕이나 이슈타르, 엘키두 등 신의 능력과 맞먹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 이는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고 당대 인간들의 소망과 염원을 반영하는 문학의 특성이 보인 결과로 간주하는데, 한데 어찌 이러한 것들이 잘 보존되어 우리가 지금 21세기에 알 수 있게 되는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쐐기문자를 발명했다. 쐐기처럼 활자를 적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 쐐기문자. 쐐기보다 문자에 초점을 두도록 하자. 당시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비전승의 방식으로 기록을 해왔는데, 사람의 온전한 기억력에 모든 것을 의존하기에는 상식 밖을 벗어나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그들은 지혜롭게 문자라는 것을 생각해내고 발명해낸 것이 아닐까? 덕분에 이를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며 목재 활자, 금속활자, 필기도구, 프린터기와 잉크들이 나오며 인류의 문학과 문화는 더더욱 발전해 나갔고, 현재 21세기는 4차산업혁명을 등에 업고 디지털 언어와 문화의 발전을 꾀하는 중이다. 실로 선조들이 보기에 자랑스럽고 뿌듯할 일이 아닌가.
2008년 3월 1일, 내가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으로 신분 상승 하는 날이었다. 초등학교는 대단했다. 처음 보는 나와 나이가 같은 친구들이나 교시마다 함께 하시는 담임선생님, 형형색색의 가위, 풀, 색종이, 스케치북, 등등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 요소들이 아주 많았다. 아직도 초등학생 시절을 회상해보면 학교에 처음 갔을 때의 낯설고 조용했지만 신비로웠던 빈 교실과 급식실, 화장실 등을 떠올린다. 선생님들은 각 과목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셨고, 교과서로 수업을 보통 하시는가 하면 교과서 뒷면 부록에 실렸던 스티커 종이나 종이접기, 모형 놀이 등으로 학습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따라 부르기도 하는, 다양한 수업방식 덕분에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그 조금밖에 안 되던 교실 뒤편의 공간에서 별별 다양한 놀이를 하곤 했다. 그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였던 것은 직접 집에서 가져오거나 학급 문고에 꽂혀 있던 ‘어디 어디에서 살아남기’나 ‘마법 천자문’이었다. 정말 소위 ‘인기인’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니었을까? “다음 쉬는 시간에 마법 천자문 볼 사람?” 하면 다섯 여섯의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저 만화책 한 권으로 아이들이 나를 따라준다는 사실을 그 어린 나이에 인식하는 순간에 상당한 짜릿함을 느꼈다. 어째서 마법 천자문은 인기가 많았을까? 경험을 빗대 얘기해 보자면, 어린아이들에게 그림 하나 없는 소설책을 읽게끔 하는 것은 체벌의 방법의 하나였다. 일단 책을 받으면 쭈르륵 훑어보며 그림이 몇 개나 있나 살펴보곤 했다. 그리고 곧 지루함이 읽기 싫은 것으로 치환되고 자연스레 기피하게 된다. 아마 이런 사실을 알고서 아동문학을 위해 힘쓰시는 분들이 만드신 게 ‘에듀테인먼트’가 아닐까?
에듀테인먼트. Education과 Entertainment를 합성한 신조어(Edu-tainment)로써 즐거움을 주지만 그 와중에 학습이나 배움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재미있게 공부하는 시대에 맞추어 만들어진 하나의 새로운 교육방식이며, 앞에서 말했던 마법 천자문이나 살아남기 시리즈가 이에 해당한다. 꼭 글자나 책으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아도 되며, 영상이나 노래, 팟 캐스트 등의 다양한 방식이 사용된다. 배움이라는 행위는 상당히 추상적인 데 반해, 그 속을 파헤쳐보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본다, 길을 가다 팸플릿을 받아 읽어본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 모르는 사실에 대해 알게 된다, 와 같은 모든 상황은 배움에 속한다, 단지 고등교육의 높은 수준에 비할 바가 안 되겠지만 말이다. 어린아이들도 이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눈높이나 기탄교육의 학습지를 푸는 것은 힘들어하면서도 관련된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매체나 만화는 참 잘 읽는다. 이는 배움의 내용은 같지만, 방식을 다르게 함으로써 효율을 낸 경우이며, 이러한 상황을 위해 있는 것이 에듀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에듀테인먼트를 어린아이들로 한정 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 같은 성인들도 이미 에듀테인먼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역사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비디오 게임이나 영화, 혹은 유튜브 영상 등 우리는 충분히 즐기면서 배움을 실천하는 중이다. 즐긴다는 것이 중요하다. 유튜브나 TV에서 접하는 프로그램들, “알쓸신잡”이나 나영석의 “신기한 과학나라” 등을 비교적 쉽게 접하며 자연스레 지식을 습득한 적이 한 두 번쯤은 다들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어”라고 인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것은 어찌 보면 교육의 혁신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이지 않을까? (다만 고등교육, 혹은 전문적인 교육과 학습이 필요한 학문은 깊이 고찰하고 고독하게 연구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따르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예시들은 비교적 간단한, 쉽게 접할 수 있는, 혹은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생각해봐라, 만일 설명만 듣는다고 이해가 된다면 누구나 편차 없이 교육을 받는 세상이 올 것인데 말이다.)
마케팅 스토리텔링
평범한 팔찌나 장신구도 ‘60대 노인이 시간을 쪼개서 만드신~’이나 ‘소년소녀가장이 공과금을 내기 위해 만든~’과 같은 사연과 스토리가 붙는다면 없던 구매 욕구도 생기게 되는 마법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마케팅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 그리고 생각보다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담배만 하더라도 말보로 담배의 사랑 이야기, 총알을 막아 군인의 생명을 지켜준 지포 라이터, 앱솔루트 보드카나 하이네켄 맥주의 독특한 스토리 등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쉽게 연상할 수 있게끔 하는 전략이다. 사실 나도 이 전략에 많이 당해왔다. 첫 담배를 피울 때, 겁도 없이 말보로를 편의점에서 샀는데 이전에 알았던 말보로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냥 제일 먼저 생각났다.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져야 하는 남자가 있었고, 담배를 다 필 때까지만 있어 달라 했지만, 필터가 없어 금방 헤어지고 말았고 뭐 뭐 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실히 매력 있는 스토리이지만 요즘 담배에 필터가 없는 종류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 사실 아무 담배나 사도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마케팅 스토리텔링의 역할이었나, 나도 모르게 “마초의 상징, 순정남의 상징 말보로” 같은 씨알도 안 먹힐 말이 생각보다 있어 보이고 일리 있게 느껴진다. 물론 첫 담배를 말보로로 뗐기 때문에 너무 독해 담배에는 이제 입도 대지 않게 되었다.
수업을 들으며 느낀 점
나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이 학교에 오게 되었다. 문화콘텐츠학부이며 영어영문학전공을 희망했기 때문에 고3 당시에는 면접 질문을 한 40개 정도 만들어 달달 외우곤 했다. 사실 영어 관련 질문들만 뽑았다가, 선생님께서 문화 콘텐츠와 관련된 것들도 만들라며 퇴짜맞았었다. 그 과정에서 각 나라의 전통 축제, 지역의 특산물과 브라질의 카니발이나 학교에서 배웠던 세계 지리 과목들을 복습하고 외웠는데, 이런 내용을 대학교에 와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축제 스토리텔링 시간에는 “아, 내가 아는 게 진짜 나오긴 하는구나!” 싶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었다. 무릇 고등 학문을 처음 배울 때에는 과거에 배웠던 분야가 맛보기로, 혹은 상기시키기 위해 가끔 나타나곤 한다. 내 4년간의 배울 내용의 맛보기가 이야기와 문화인 걸까 생각이 든다. 방향성을 잡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