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군대 일기
열다섯 번째 수기
Anthon.P
2022. 8. 1. 00:26

세상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저 존재 자체의 현상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이 세상에 생각보다 만족해하며 살고 있었다.
남들과 비슷하게 어울릴 사람도 있고, 적당한 취미도 있으며, 안정적인 돈벌이 또한 있었다.
같잖은 취미로밖에 안보이겠지만 나는 독서를 좋아한다.
독서는 내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함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누군가 말한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그런 삶은 단조롭고 반복적으로 뿌리 박힌 무한한 잡초의 밭을 보는 것과 같았고, 오히려 가끔씩의 비정상적인 행위는 무성한 잡초더미에서 발견한 한 송이의 보라색 꽃을 보는 것과 같았다. 한 권의 책을 살포시 올려놓아 상상의 실타래를 늘어뜨려 마음껏 소설 속 인물들과의 교감을 해나가는 그 시간 동안의 영속적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의 고통과 무의미함은 서서히 잊혀감 을 느꼈다. 절대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즐거움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는 계속 삶을 살게 도와주었다. 또 가끔씩 주말마다 서점에 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로서 상상하기 힘든 행위이지만, 오늘은 일찍 일어났다. 가끔씩 눈이 일찍 떠진다. 변할 때가 됐나 싶다. 마침내 토요일이 왔음을 어제 점심시간에 새로 바꾼 도쿄의 야경을 담은 배경화면을 통해 상기해냈다.
오늘 하루도 낭만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