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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대 에세이

담배

Anthon.P 2022. 1. 22. 13:10

새벽 2시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밤.

포근히 내리는 함박눈에 모두가 창문을 닫고선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에 안기듯 이불 속에서 따뜻한 숨을 내쉴 때

한 사람만이 베란다를 열고선 추위와 마주한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과 목에 너무도 생경하게 와닿자, 다시 창문을 닫고는 마치 추위를 바라보려는 것처럼 유리창에 몸을 기댔다.

왼손에 잡히는 서늘하고 차가운 느낌을 자못 즐기는 듯싶었다가도 이내 고개를 저으며 창문을 연다.

눈꽃 한 송이가 담배 끝에 내려앉는다.

왼 엄지손가락으로 능숙하게 뚜껑을 열고선 금색 지포를 비스듬히 세워 달빛에 반사해본다.

피식 웃으면 만족스러운 눈길로 불꽃을 일으킨다.

눈 깜짝할 새 담배의 회한과 주름이 늘어난다.

입에서 나오는 게 서리 어린 입김일지, 삶의 애환을 한순간 녹여 내뿜는 담배 연기인지 그는 알 턱이 없었다.

잭 다니엘 한 모금과 함께, 점점 사념은 늘어만 가고 담뱃재는 힘없이 저 땅을 향해 떨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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