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2 본문
난 원래 엄청 소심하고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는 수동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었어. 그래서 친구들도 많이는 없었고 뜻 맞는 친구들 몇 명이서만 다녔었지. 그러다가 잠깐 캐나다에서 1년 동안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아무런 접점이 없는데도 잘만 친해지는 외국인 친구들이 대단해 보였어. 존경심이었을까 호기심이었을까, 그들을 보면서 무심코 게네들을 따라 해보았고 조금씩 서투른 인간관계를 극복해나가며 인간관계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 내가 먼저 다가가도 내가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 극소수를 제외하면 다들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서 나는 더욱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었어. 그렇게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게 되었나 봐.
근데 문제는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부터 생겼어. 국외에 있으며 그리 길지도 않았고 값진 경험은 없었지만, 외국물 조금 먹었다고 괜히 우쭐해지며 다른 또래 친구들이 나보다 못나게 보이더라. (자만에 빠지고 교만해졌다고 봐) 그러면서 나 자신이 더욱 빛나 보이고 사람들 눈에 띄고 싶고 계속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은 마음에 괜히 관심을 끌려 하는, 어린아이에게서나 보일법한 유치한 행동을 17살 때 하기 시작한 거야. 남들은 사춘기 시절을 보낸 후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어있을 때, 나는 그저 유아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버렸어. 예를 들면 큰소리로 반응을 한다던가, 대화 중에 지나치게 리액션을 많이 한다던가. 더 끔찍한 건 이런 행동들을 반복하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남들은 이런 나를 나쁘게 보지 않을 거야, 난 언제까지나 사람들에게 그저 유쾌한 소년일 뿐이니까". 교실에서도 괜히 잘나 보이고 싶어서 외국인 영어 시간에 남들보다 일찍 교실에 가서 선생님과 영어로 얘기를 하고 있다던가, 혹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던가.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하나가 원동력이 되어 마치 광대라도 된 양 특별한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전혀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우습고 되려 가까이하기 싫었겠지만 ) 사람이 되어 보이고 싶었어.
곧 머리가 점점 커가고 내 지난 행동들의 어리석음과 잘못들을 하나둘 알아차리기 시작했을 때, 정말 그 기분을 참을 수 없었어. 왜 그랬지? 왜 그렇게 남들에게 튀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 그런 바보 같은 행동들을 반복했지? 당장에 모든 사람에게서 내 존재를 지워버리고 싶어졌어. 마치 게임처럼 세이브포인트라도 있는 것 마냥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며 조용하게 살아가고 싶었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지난 과거를 곱씹으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수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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